snow · 2026.6.22 12:00 · 조회 0
허블 텐션 — 우주의 팽창 속도가 맞지 않는다
우주는 지금 이 순간도 팽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팽창 속도를 나타내는 숫자가 있습니다 — 허블 상수(H₀)입니다. 천문학자들은 수십 년에 걸쳐 이 하나의 숫자를 정밀하게 측정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측정 방법이 두 가지인데, 두 방법이 서로 다른 답을 내놓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밀도가 높아질수록 그 차이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측정 오차라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 이것은 우주론의 표준 모형 전체를 다시 써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두 가지 방법, 두 가지 답
허블 상수를 측정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방법 — 초기 우주에서 출발하기: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CMB)는 빅뱅 38만 년 후 우주가 투명해지던 순간의 빛입니다. 플랑크 위성이 이 CMB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표준 우주론 모형(ΛCDM)을 통해 현재의 팽창 속도를 역산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 — 현재 우주를 직접 재기: 세페이드 변광성이나 Ia형 초신성 같은 '표준 촛불'을 사용해 주변 은하들의 거리를 직접 측정하고, 그 은하들이 얼마나 빠르게 멀어지는지 관측합니다.
허블 상수 측정값 비교
방법 1: CMB 기반 (초기 우주 → 현재 역산)
측정 수단: 플랑크 위성 (2018년 최종 데이터)
허블 상수: 67.4 ± 0.5 km/s/Mpc
해석: 표준 ΛCDM 모형과 일치
방법 2: 거리 사다리 (직접 측정)
측정 수단: 허블 우주망원경 + 세페이드 변광성 + Ia형 초신성
허블 상수: 73.4 ± 1.1 km/s/Mpc
해석: 국소 우주 직접 관측값
불일치 정도: ~6 km/s/Mpc (약 9% 차이)
통계적 유의성: 5σ 이상 (우연의 일치로 설명될 확률 < 0.00006%)
9% 차이라고 하면 작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5σ(시그마) 이상의 통계적 유의성을 가집니다. 입자물리학에서 새로운 입자의 발견을 선언하는 기준이 5σ입니다. 즉, 이 차이가 측정 오차일 가능성은 사실상 없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허블 텐션의 역사는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드라마입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도 두 측정값 사이에 불일치가 있었지만, 당시 측정 오차가 워낙 컸기 때문에 "아직 정밀도가 부족한 탓"으로 여겨졌습니다.
2013년 플랑크 위성의 첫 번째 데이터가 나왔을 때, CMB 기반 허블 상수는 67.3 km/s/Mpc으로 발표되었습니다. 같은 해 허블 우주망원경을 이용한 세페이드 측정값은 73.8이었습니다. 불일치는 있었지만, 오차 범위를 고려하면 아직 2.5σ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담 리스(Adam Riess) 팀이 측정 정밀도를 극적으로 높이면서 차이는 3σ를 넘어섰습니다. 2019년에는 4.4σ, 2022년에는 5σ를 돌파했습니다. 오차가 줄어들수록 두 값은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선명하게 갈라졌습니다.
"새로운 물리학"이 필요한 것일까요
만약 이것이 측정 오차가 아니라면, 표준 우주론 모형(ΛCDM)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물리학자들은 다양한 해결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 해결 시도 | 핵심 아이디어 | 허블 텐션 해소 가능성 | 주요 문제점 |
|---|---|---|---|
| 초기 암흑에너지 (EDE) | 빅뱅 직후 추가 에너지가 존재해 팽창을 가속 | 부분적 해소 가능 | CMB 물질 요동(σ₈)과 새로운 충돌 발생 |
| 인터액팅 암흑물질 |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서로 상호작용 | 이론적으로 가능 | 관측 제약 매우 엄격 |
| 수정 중력 이론 | 일반 상대성 이론의 부분적 수정 | 이론 모델 존재 | 다른 관측과의 일관성 불투명 |
| 측정 오차 가설 | 세페이드 거리 측정의 체계적 오류 | 가능성 낮아짐 | JWST 재측정 후에도 차이 지속 |
| 허블 버블 가설 | 우리 은하 주변이 국소적 저밀도 영역 | 일부 기여 가능 | 완전한 설명으로는 부족 |
JWST가 내놓은 새로운 답 — 그래도 차이는 남는다
2024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세페이드 변광성과 Ia형 초신성을 재측정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관측은 허블 우주망원경의 측정에서 혹시 있을 수 있는 체계적 오류(별빛의 혼합 효과 등)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 그리고 동시에 실망스러웠습니다. JWST의 측정값은 허블 우주망원경의 결과와 일치했습니다. 체계적 오류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거리 사다리 측정값은 여전히 73 근방이었고, CMB 기반 67.4와의 차이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JWST 세페이드 재측정 결과 (2024년)
대상: 허블 우주망원경이 측정한 세페이드 변광성 재측정
목적: 혼합 효과(crowding effect)에 의한 체계적 오류 검증
결과:
JWST 측정 허블 상수: 72.6 ± 2.0 km/s/Mpc
허블 우주망원경 측정값과의 일치: 1σ 이내
CMB 기반값과의 차이: 여전히 유의미하게 존재
결론: 거리 사다리의 체계적 오류 가설 기각
→ 허블 텐션은 측정 문제가 아닐 가능성 높아짐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오랫동안 "언젠가 측정 오류가 발견되면 차이가 해소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JWST는 그 마지막 탈출구마저 좁혀버린 것입니다.
표준 우주론의 균열인가, 새로운 발견의 문인가
천문학 역사에서 이런 불일치는 때로 완전히 새로운 물리학으로 이어졌습니다. 19세기 수성의 근일점 세차 운동의 미세한 불일치가 일반 상대성 이론의 탄생을 이끌었고, 1990년대 초신성 관측의 예상 밖 결과가 암흑에너지의 발견으로 이어졌습니다.
허블 텐션이 "새로운 물리학"의 신호라면, 그것은 표준 우주론 모형(ΛCDM)이 놓친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암흑에너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초기 우주에 우리가 아직 모르는 에너지 성분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중력 자체가 매우 큰 규모에서 우리가 예상하는 것과 다르게 작동할지도 모릅니다.
우주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숫자를 우리에게 내밀며 물어보고 있습니다: "과연 당신들이 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까?" 지금 이 순간, 전 세계 우주론 학자들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이 나오는 날,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또 한 번 근본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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