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 · 2026.5.15 10:42 · 조회 2

인류, 다시 달로 —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모든 것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의 유진 서난이 달 표면을 마지막으로 밟으며 남긴 말이 있다. "우리가 달을 떠나는 것은 우리가 원해서가 아니라, 언젠가 반드시 돌아오기 위해서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인류는, 정말로 돌아가고 있다.

🌙 왜 지금, 다시 달인가

아폴로는 냉전의 산물이었다. 소련을 이기기 위한 정치적 쇼였고, 달에 꽂은 성조기가 목적이었다. 12명의 우주비행사가 달을 밟았지만 그 누구도 72시간 이상 머물지 않았다. 달은 '방문'의 대상이었지, '탐험'의 무대가 아니었다.

아르테미스는 다르다. NASA가 2017년부터 본격 추진한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단순한 달 착륙이 아니다. 달에 인간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그것을 발판으로 화성까지 뻗어나가는 것이다. 이번엔 꽂고 돌아오는 게 아니라, 눌러앉겠다는 거다.

프로그램의 이름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이자 달의 여신이다. 아폴로가 못 다 한 일을 이번엔 아르테미스가 완성한다는 상징이기도 하고, 이번 달 착륙에서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를 선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 아르테미스를 떠받치는 두 기둥 — SLS와 오리온

아르테미스의 심장은 SLS(Space Launch System) 다. 아폴로 시절의 새턴 V 이후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로켓으로, 높이만 98미터에 달하고 발사 추력은 880만 파운드에 이른다. 이 괴물 로켓 위에 4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오리온 캡슐이 올라탄다.

오리온은 아폴로 캡슐에 비해 훨씬 넓고 정교하다. 거주 공간은 아폴로 대비 약 2.5배, 최신 디지털 시스템과 독자적인 생명유지 장치를 갖췄다. 달까지 가는 데 3~4일, 돌아오는 데도 마찬가지. 오리온은 그 여정 내내 승무원의 집이 된다.

📋 미션 로드맵 — I부터 IV까지

**아르테미스 I (2022년 11월)**은 무인 시험 비행이었다. 오리온 캡슐이 달 궤도를 돌고 25일 만에 태평양에 귀환했다. SLS와 오리온의 첫 실전 검증이었고, 합격점을 받았다.

아르테미스 II (2026년 4월 1일 발사) — 드디어 사람이 탔다. 리드 와이즈먼 사령관, 빅터 글로버, 크리스티나 코크, 그리고 캐나다 우주비행사 제레미 핸슨. 이 네 명은 아폴로 17호 이후 처음으로 달 근방까지 날아간 인간이 됐다. 달을 직접 밟지는 않는 '자유 귀환 궤도' 비행이었지만, 승무원들이 직접 달의 표면을 눈앞에서 바라봤다는 사실만으로도 역사였다. 4월 10일 태평양 해상에 무사 귀환했다.

아르테미스 III (2027년 후반 예정) — 원래는 첫 달 착륙 미션이었지만, 2026년 2월 NASA 국장 재러드 아이잭먼이 계획을 수정했다. 아르테미스 III는 지구 궤도에서 달 착륙선과의 도킹 시험으로 전환된다. SpaceX의 스타십 HLS와 블루 오리진의 블루문 마크2, 두 착륙선 모두와 도킹을 시험할 예정이다. 새로운 우주복 AxEMU의 성능 검증도 이 미션의 핵심이다.

아르테미스 IV (2028년 초 예정) — 바로 이 미션이 '진짜'다. 인류가 달 표면을 다시 밟는 날. 목적지는 달의 남극이다.

🧊 왜 남극인가 — 얼음이 있다

달의 남극은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곳이다. 태양이 수평선 아래로 거의 내려가지 않아, 거대한 크레이터 내부에는 수십억 년째 태양빛이 한 번도 닿지 않은 영구 음영 지대가 존재한다. 그 깊고 어두운 곳에 물 얼음이 잠들어 있다.

이 얼음은 단순한 '물'이 아니다.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로 분리된다. 수소는 로켓 연료, 산소는 우주비행사의 호흡. 달 현지에서 자원을 조달한다면, 지구에서 모든 걸 실어나르는 현재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달이 화성 탐사의 '중간 기착지 주유소'가 될 수 있다는 것, 이게 NASA가 남극에 집착하는 이유다.

현재 미국과 중국 모두 달 남극을 선점하려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창어 7호도 2026년 하반기 달 남극으로 향할 예정이다. 우주판 자원 전쟁이 막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 달 기지의 꿈

루나 게이트웨이(달 궤도 정거장) 계획은 2026년 3월 사실상 보류됐다. 대신 NASA는 달 표면에 직접 인프라를 구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력 공급 시스템, 통신망, 이동수단, 장기 거주 모듈을 달 남극에 하나씩 쌓아올리는 것이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은 한 번에 최대 100톤의 화물을 달에 내려놓을 수 있다. 블루 오리진의 블루문 마크2는 4명의 우주비행사가 달 표면에서 최대 30일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두 민간 기업이 아르테미스의 핵심 파트너로 NASA와 함께 달 기지의 토대를 닦고 있다.

아르테미스 IV에서 처음 발을 디딘 곳에, 언젠가 상설 기지가 들어선다. 그리고 그 기지에서, 화성으로 향하는 첫 번째 인간이 출발하게 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아폴로가 '도달'이었다면, 아르테미스는 '정착'이다. 반세기 전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그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진짜 극적인 순간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달의 남극 크레이터 가장자리, 영구 음영과 영구 일조 지대의 경계선에 서서 처음으로 달의 물을 손에 쥐는 그 순간. 그게 진짜 시작이다. 달은 이제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점이 된다.

댓글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