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 · 2026.6.15 08:26 · 조회 2
보이저 1호 이상 징후 — 태양계 경계 헬리오스피어 너머에서 온 신호
1977년에 쏘아 올린 탐사선이 아직도 우주를 날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그 신호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보이저 1호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 그리고 태양계 경계의 진짜 의미를 정리했습니다.
45년째 날아가는 탐사선, 아직도 신호를 보낸다
1977년 여름과 가을, NASA는 두 대의 탐사선을 잇달아 우주로 보냈습니다. 보이저 2호가 1977년 8월 20일에 먼저 발사됐고, 보이저 1호는 그로부터 약 2주 뒤인 같은 해 9월 5일에 뒤따라 올라갔습니다. 이름과 달리 2호가 먼저 떠난 것입니다.
두 탐사선은 서로 다른 경로를 택했습니다. 보이저 1호는 좀 더 빠른 궤도를 타고 앞질러 나갔고, 1979년 3월 5일 목성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보이저 2호는 4개월 뒤인 1979년 7월 9일에 목성을 지났습니다. 번호가 뒤바뀐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나중에 발사됐지만 더 빨리 앞서 나간 탐사선이 1호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발사로부터 약 45년이 지난 지금, 두 탐사선은 여전히 날아가고 있습니다.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약 133억 km 거리에, 보이저 2호는 약 205억 km 거리에 있습니다. 시속 약 61,000km로 이동 중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희미한 신호를 지구로 전송하고 있습니다. 그 신호가 지구에 닿기까지 몇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최근 보이저 1호에서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났다는 말은 정확한 걸까?
NASA는 2012년 8월,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후 보이저 2호도 2019년 11월에 같은 선언을 받았습니다. 언론에서는 이를 크게 다뤘고, 많은 사람들이 "인류가 만든 물체가 드디어 태양계 밖으로 나갔다"는 소식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조금 더 꼼꼼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태양계의 경계'를 어디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보이저는 아직 태양계 안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헬리오스피어 경계면이란 무엇인가
태양은 끊임없이 입자를 사방으로 내뿜습니다. 이것을 태양풍이라고 부릅니다. 태양풍이 미치는 영역, 즉 태양의 영향이 성간 먼지와 맞부딪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계를 헬리오스피어 경계면이라고 합니다. NASA가 보이저 1호와 2호의 '태양계 탈출'을 선언한 기준이 바로 이 헬리오스피어 경계면입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보이저는 분명히 태양계 밖으로 나간 것입니다.
하지만 태양계에는 헬리오스피어 바깥에 또 다른 영역이 있습니다.
오르트 구름까지 포함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태양의 중력은 생각보다 훨씬 멀리까지 미칩니다. 태양 중력의 영향권 최외곽에는 수많은 얼음 천체들이 구름처럼 태양을 감싸고 있는 오르트 구름이 있습니다. 오르트 구름은 태양에서 5만 AU(천문단위)에서 약 1광년에 이르는 거대한 영역입니다.
보이저 1호는 현재 이 오르트 구름에도 아직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오르트 구름의 안쪽 경계까지도 약 7조 km가 남아 있으며, 지금의 속도인 시속 약 61,000km로 계속 날아가도 오르트 구름에 진입하기까지 약 300년이 더 걸립니다. 오르트 구름을 완전히 통과하려면 그로부터 약 3만 년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야구장 전체를 태양계라고 상상해 본다면, 보이저는 이제 겨우 1루를 지난 수준입니다. 헬리오스피어라는 좁은 기준에서는 나갔지만, 태양 중력의 영향권 전체를 태양계로 보면 여전히 깊숙이 안에 있는 셈입니다.
최근 포착된 이상 징후 — 안테나가 지구에서 멀어지다
2026년 현재, 우주 탐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걱정스러운 소식이 나왔습니다. 보이저 1호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탐사선의 자세를 유지하고 안테나 방향을 조정하는 장치인 ACSM, 즉 자세 제어 장비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ACSM은 하이드라진 추진 장치 16개와 자이로스코프로 구성된 장비입니다.
이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보이저의 안테나가 지구 방향에서 조금씩 틀어집니다. 안테나 방향이 어긋나면 신호가 약해지거나 아예 수신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원인으로는 두 가지가 꼽힙니다.
첫째는 우주 방사선입니다. 보이저 1호는 2012년 성간 우주로 진입한 이후 태양풍이 만들어주던 보호막을 잃었습니다. 헬리오스피어 안에 있을 때는 태양풍이 강력한 고에너지 우주 방사선을 어느 정도 막아줬지만, 경계 밖으로 나간 뒤에는 그 보호막이 없어졌습니다. 강한 우주 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되면 전자 장비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둘째는 노후화입니다. 보이저가 우주로 떠난 지 약 45년이 됐습니다. 45년 전의 기술로 만든 장비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지만, 한계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지구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 스페인 마드리드, 호주 캔버라 세 곳에 설치된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DSN) 전파 안테나가 보이저의 신호를 추적하며 상황을 살피고 있습니다. 세 곳에 안테나를 분산 배치한 이유는 지구가 자전하는 동안에도 항상 적어도 한 곳에서는 보이저를 향해 안테나를 겨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2025년 교신 두절, 그 이후 보이저는 어디로 가나
보이저 탐사선들은 전기를 태양광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태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태양 전지판은 쓸모가 없습니다. 대신 방사성 동위원소가 자연적으로 붕괴하면서 내는 열로 전기를 만드는 핵 전지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핵 전지도 시간이 지날수록 전력이 줄어듭니다.
전력이 줄어들면 모든 장비를 동시에 켜둘 수 없습니다. NASA 과학자들은 이미 보이저에 탑재된 11개 장비 중 7개의 전원을 껐습니다. 현재는 자기장과 우주 방사선을 감지하는 장비 4개만 남아서 작동 중입니다.
카메라는 가장 먼저 전원이 꺼진 장비입니다. 1990년에 보이저 1호가 지구를 뒤돌아보며 찍은 사진, 칼 세이건이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이름 붙인 그 사진을 마지막으로 카메라의 전원이 내려갔습니다. 그 이후로 보이저는 아무것도 찍지 않았습니다.
전력 감소 추세가 계속되면 2025년경에는 마지막으로 남은 장비들도 작동을 멈추고, 보이저와의 교신이 완전히 끊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교신이 끊겨도 보이저는 멈추지 않습니다. 우주 공간에서는 공기 저항이 없기 때문에, 아무도 조종하지 않아도 지금의 속도와 방향을 유지하며 영원히 날아갑니다.
그렇다면 보이저는 어디로 가게 될까요.
창백한 푸른 점부터 성간 우주까지 — 보이저가 남긴 것들
보이저 1호는 약 4만 년 후 기린자리 방향에 있는 별 글리제 445에 1광년 이내로 접근할 것으로 계산됩니다. 현재 글리제 445는 지구에서 17광년 거리에 있습니다. 4만 년이 지나면 그 별이 지금보다 훨씬 가까이 다가와 있고, 보이저 1호도 그 별 근처를 지나가게 됩니다. 그 시점에는 태양보다 글리제 445가 보이저에게 더 가까운 별이 됩니다.
참고로 현재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의 거리는 4.3광년입니다. 보이저가 4만 년 후에 1광년 이내로 접근하게 될 글리제 445는 지금은 17광년 거리에 있지만, 두 별 모두 우주 공간에서 이동하고 있어 4만 년 후에는 훨씬 가까워집니다.
보이저가 남긴 것은 데이터만이 아닙니다. 두 탐사선에는 황금 레코드가 실려 있습니다. 지구의 소리와 이미지, 여러 언어로 된 인사말이 담긴 이 기록판은, 혹시라도 보이저가 다른 문명과 마주칠 경우를 대비해 만든 것입니다. 4만 년 뒤에도 보이저는 그 기록을 품은 채 우주를 떠돌고 있을 것입니다.
교신이 끊긴 뒤에도, 보이저는 인류가 한때 존재했다는 증거를 들고 별과 별 사이를 조용히 날아갑니다. 어쩌면 그것이 보이저 프로젝트가 남기는 가장 큰 유산인지도 모릅니다.
보이저 1호 이상 징후와 태양계 경계 헬리오스피어,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의 역할을 이해하면, 단순한 기계 고장 이야기가 아니라 인류가 우주에 내보낸 작은 사절단의 이야기로 읽힙니다. 45년이라는 세월 동안 묵묵히 날아온 보이저가 조금씩 힘을 잃어가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마지막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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