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 · 2026.8.7 00:05 · 조회 0
자연에 없는 바이러스, AI가 만들었다 — Evo 모델의 유전체 설계 실험
인공지능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바이러스를 처음부터 설계해 실제로 작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스탠퍼드 대학교와 Arc Institute 연구진이 개발한 유전체 언어모델 'Evo'가 박테리오파지(박테리아 감염 바이러스)의 DNA 설계도를 새로 만들어냈고, 이렇게 탄생한 바이러스 중 일부는 실험실에서 실제로 대장균을 죽이는 기능을 수행했다.
배경
이번 실험을 주도한 스탠퍼드 대학교의 계산생물학자 브라이언 하이(Brian Hie)와 Arc Institute 연구팀은 Evo 1, Evo 2라는 유전체 언어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은 ChatGPT 같은 대형언어모델이 소설이나 인터넷 텍스트를 학습해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내듯, DNA를 이루는 A·C·G·T 염기서열 데이터를 대규모로 학습해 새로운 유전체 '레시피'를 생성하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1977년 세계 최초로 DNA 게놈 서열이 밝혀진 유명한 박테리오파지 'ΦX174'를 기준 삼아 AI에게 새로운 바이러스 게놈을 만들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약 300개의 후보 게놈이 생성됐고, 이 중 16개가 실제로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자연 진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AI 연산만으로 기능하는 생명체 수준의 유전체가 탄생한 것이다. 관련 연구는 2025년 9월 프리프린트 서버 bioRxiv에 "Generative design of novel bacteriophages with genome language models"라는 제목으로 공개됐으며 아직 동료 심사 전 단계다.
영향
AI가 설계한 바이러스 중 일부는 원래 기준이 됐던 ΦX174보다 더 빠르게 대장균을 제거하는 성능을 보였다. 특히 기존 균주가 감염시키지 못했던 항생제 내성 대장균 3종에 대해서도, AI가 만든 파지 칼럭테일이 빠르게 저항성을 극복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 감염 치료를 위한 파지 치료법(phage therapy)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동시에 AI가 병원성 생물학적 개체를 인위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생물안전 및 이중용도(dual-use) 연구 윤리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향후 전망
연구진은 안전을 위해 인체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 병원체 데이터는 애초에 학습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미생물학자 킴벌리 데이비스(Kimberly Davis)는 "AI가 생성한 파지의 활용은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박테리오파지보다 훨씬 복잡한 유전체까지 AI가 설계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기술이 항생제 생산이나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제작 등 합성생물학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다만 아직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은 연구 결과인 만큼, 후속 검증과 규제 논의를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AI가 만든 바이러스는 자연의 바이러스와 다른가? 그렇다. 자연 진화 과정 없이 AI 모델이 DNA 서열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 설계한 유전체로,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던 형태다.
Q. 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위험한가? 연구진은 인체 병원체 데이터를 애초에 학습에서 제외했으며, 이번에 만들어진 것은 박테리아만을 감염시키는 박테리오파지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기술의 엄격한 통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Q. 실생활에는 언제 적용될 수 있나? 아직 동료 심사 전 단계의 초기 연구로, 항생제 내성균 치료 등에 활용되기까지는 추가 검증과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
댓글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